By your side

공백 포함 3107자. 그림자 커튼콜 옅은 햇빛이 창가에 드리운 오전. 소담한 식탁 앞 한눈에 보기에도 젊은 부부가 앉아 있다. 한창 열정에 타올라 밀어를 속삭이기에도 바쁜 시기이건만 식탁에 놓인 식어가는 수프만큼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온도는 미지근했다. 금발의 가녀린 체구의 여성은 맞은편에 앉은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양손에 쥔 신문 기사에 몰두하...

매듭 풀기 1. 일직선으로 쭉 이어진 거리, 멀어져가는 세 인영이 있다. 그는 꿈쩍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을 지켜본다. 익숙한 뒷모습의 세 사람. 종종 쿄에리 리요는 이런 장면에 갇혀버렸다. 누군가 자신을 뚜고 떠나는 꿈. 어떤 헤어짐은 곧 죽음이었다. 내면의 불안은 자아를 집어삼킨다. ‘몸이 안 움직여.’ 정확히는 땅에서부터 피어난 밧줄이 하반신을 옭아매고...

교차선의 연인 “안녕하세요. 오늘도 고생이 많아요.” “아, 감사합니다. 프레데리케씨.” 교대 시간이었다. 한 밀레시안이 다가와 그에게 다과를 건넸다. 성문을 지키는 근위대장의 특성상 아이던의 일정은 매번 달랐지만, 이 밀레시안은 마치 그 불규칙적인 패턴마저도 외운 듯 그가 퇴근할 때가 되면 나타나 선물을 전해주었다. 이름은 프레데리케. 약 한달 전부터 이...

예정조화의 정원 이슬 맺힌 천막 아래 타오르는 모닥불이 두 개의 인영을 고요히 비춘다. 맞은편 유리잔은 반쯤 비어 있었다. 바닥에는 빈 술병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. 그와 비례하게 술기운에 젖은 밀레시안이 비틀거렸다. 얼굴을 맨땅에 박으려는 순간 멀린이 다급히 레라지에의 몸을 붙잡아 바로 앉혔다. “적당히 마시라고 했지.” “멀린…… 나 아직 괜찮은데.” ...

악마가 부르기 전에 그는 종종 악마의 음성을 듣는다. 12세. 부모의 죽음 이후 찾아온 기적이었다.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울림은 고저 없이 명확한 뜻을 담는다. 너는 늘 혼자란다. 이걸 명심해야 해. 오랫동안 그 말은 칼리의 인생 전체를 지배해 왔다. 가까워지기 전에 거리를 두고, 공격당하기 전에 미리 날을 세운다. 악마의 축복 중 하나는 뛰어난...

마비노기 메인스트림 G25 스포일러.

공백 포함 3423자. 베인이 메인스트림에서 이탈한 밀레시안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. 검붉은 물 아래 늪과 같은 풍경이었다. 베인은 우중충한 자갈밭에 드러누운 남자를 내려다보았다. 분간하기 힘든 검은 머리칼이 바닥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. 아래로는 예상했던 모습의 나열이다. 의욕을 잃어버린 눈. 산송장마냥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팔다리. 이제는 그...